94년 종단개혁 30주년, 조계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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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종단개혁 30주년, 조계종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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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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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개혁에 동참했던 경기불청 박법수, 교단자정센터 손상훈
비판해야 할 승가는 침묵하고, 재가불자들은 파편화

한국사회 최초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성공했던 94년 종단개혁, 절대권력이었던 서의현 총무원장을 몰아내고 개혁종단이라는 새질서를 세웠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2024년 지금. 개혁은 사라지고 조계종단은 여전히 혼미하다. 종단개혁은 제도의 수혜자들로부터 배신당해 해체되고 있다. 종단 지도부는 기억하려 하지 않고 개혁으로 세운 질서를 허무는데만 급급하다.

94년 종단개혁에 적극 참여했던 당시 용주사 청년회장 박법수 불자. 30년이 지난 지금 교단자정센터 신임 원장이 되었다. 당시 군복무중 휴가중에 개혁 현장을 찾았던 손상훈 교단자정센터 대표도 함께하여 30년전 그날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불교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화를 나눴다.

상무대비리와 동화사 대불 80억원 비자금 사건등으로 종단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서의현 총무원장의 3선 도전으로 촉발된 종단 위기상황을 시간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3월 17일 서의현 총무원장 3선 연임하겠다 공표

3월 26일 조계사 불교회관에서 구종법회 시작

3월 29일 서의현 측이 동원한 조직폭력배들이 몰려와 피가 낭자하게 사람들을 폭행. 범종추 총무원 청사 진입 시도

3월 30일 새벽 경찰이 구종법회 농성자들을 연행, 중앙종회에서 서의현 3선 당선.

4월 1일 한겨레 신문, 3월 29일의 괴청년들은 조직폭력배가 조직 동원된 것이라는 폭로 기사를 냄

4월 4일 KBS와 MBC, 조직폭력배의 폭력 행위 영상 보도를 뉴스 시간에 내보내면서 사회 여론이 급격하게 뒤바뀌게 됨

4.5 원로회의 11명(정원 13명) 종단개혁지지

4.6 범불교도대회 개최

4.10 승려대회, 서의현 체탈도첩 결의/ 경찰 청사 투입

4.11 공권력 투입 규탄법회

4.12 이상규 총무원 경리계장 양심선언

4.13 경찰철수, 서의현 총무원장직 사퇴, 탈종선언

범불교도대회 개최/ 개혁회의 현판식

이후 개혁회의가 출범하여 송월주 총무원장이 당선될 때까지 새 종헌종법을 만들어 종단 질서를 구축했다.

박법수 신임 교단자정센터 원장은 당시 용주사 청년회장으로 있으면서 경기권 19개 청년단체를 엮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박법수 원장처럼 이름 알려지지 않은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서의현을 몰아내는데 동참해서 종단개혁은 성공했다는 것을 증언했다. 당시에는 스님 조직과 재가 조직이 수평적 관계 동지적 관계였기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교육하는 일들이 활발했다.

아쉬운 점은, 사부대중이 함께 이룬 개혁이 비구 1부중의 독점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당시 일부 스님들은 재가자들한테도 발언이나 목소리를 배려해야 된다 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대세에 묻혔다.

당시 종단개혁 5대 지표는 과연 달성되었나?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혁 20주년 평가에서도 비판적이었다. 당시 고산문화재단의 의뢰로 지지협동조합이 수행한 20주년 평가에 참석했던 이들은 오히려 개혁이 배신당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을 냈다.

종단개혁의 5대 지표는 다음과 같다.

△정법종단 구현

△불교자주화

△종단운영의 민주화

△청정교단의 구현

△불교의 사회역할 확대

정법종단은 자승 전원장 체제를 거치며 철저히 망가졌고, 국고보조에 의존하는 불교현실은 자주화와 거꾸로 가고 있다. 이하 다른 지표 또한 마찬가지다.

손상훈 대표는 현재 조계종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준이 굉장히 강화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여야를 떠나서 부패한 직업 종교인들에게 국가 예산이 함부로 지원돼서는 안 되며, 지원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검증 절차가 엄격해야 함을 지적했다.

대담자들은 건강하고 밝고 도덕적이고 국민들한테 희망이 되는 불교를 건설해야 되겠다는 뜻은 여전히 유효하기에 불교를 사랑하는 불자들의 뜻을 모아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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