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평화의집, 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활동 원폭피해 2세 3세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입법활동 노력 지구적 차원의 비핵평화 연대활동 지속
합천평화의집(원장 이남재)이 제26회 한겨레통일문화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9월 23일 있었다.
2010년 개원한 합천평화의집은 피폭 후 심리적·육체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원폭 피해자와 그 후손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초대 원장은 환경부장관을 지낸 윤여준씨, 지금 원장은 민불련 활동과 복지활동에 종사해 온 이남재씨가 맡고 있다.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70만여 명의 피폭자가 생겼다. 이 가운데 한국인 피폭자는 10만여 명이다. 피폭된 한국인 10만여 명 중 5만여 명은 피폭 후 바로 사망하였고, 상해를 입은 5만여 명의 생존자 중 4만3천여 명이 한반도로 귀국하였고 일본에 7천여 명가량 남았다고 원폭 피해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들 한인 피폭자 가운데 대다수가 합천출신이다. 합천지역에서 강제징용당한 이들이 대부분 전쟁 초기부터 군수산업에 대거 투입되어 원자폭탄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다. 그 때문에 합천을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부른다.
원폭 피해가 무서운 것은, 피폭 당사자로 끝나지 않고 2세 3세, 이제는 4세까지 피해가 대를 잇는다는 점이다. 방사능이 유전자 이상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부모가 피폭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회적 편견, 유전적 질환으로 평생을 병마속에 힘든 삶을 영위하고 있는 수만여 명의 2세와 3세 등 그 후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원폭피해자들은 원폭을 투하한 미국과 전쟁을 일으킨 일본으로부터 가해 인정과 실태조사, 가해 책임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한국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해왔다.
합천평화의집은 이러한 원폭피해 2세 3세의 고통을 널리 알리고 입법활동을 통해 피해자를 지원하려 노력해왔다.
한겨레통일문화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정연순)는 합천평화의집이 “피해자를 기억하고,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피폭 생존자를 초청해 증언을 듣고, 한국 비핵평화시민연대를 조직하는 등 지구적 차원의 비핵평화 연대활동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높이 샀다. 심사위는 “피폭자 지원을 넘어선 비핵평화 활동은 언제든 전쟁으로 폭발할 수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데 있어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제26회 2025한겨레통일문화상 수상 소감문
오늘 이렇게 한겨레통일문화상이라는 가슴벅찬 상을 받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수상 소감을 밝히게 되어 대단히 감사합니다.
올해는 피폭80년이 되는 해입니다.
미국은 1945년 8월 6일과 9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습니다. 이로 인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피폭을 당했고, 그 가운데 10만여 명이 일제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선조들이었습니다. 그 가운데 70%가 합천 출신입니다.
아비규환의 처참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귀국해서도 정부로부터 방치되고 사회의 무관심속에 피폭 후유증의 질환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피폭 후유증은 대물림되어 2,3세 후손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앓으며, 질병과 장애로 결혼과 사회생활의 어려움,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 왔습니다.
원폭피해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형이며 미래형입니다. 우리 또한 핵무기, 핵발전소, 핵물질 앞에서는 잠재적인 피해자들입니다. 결국은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더이상 핵은 우리와 함께할 문명의 이기가 아닙니다. 야만의 무기입니다. 더이상 불필요한 고통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으로 햇빛과 물, 나무와 땅, 동식물과 사람, 모든 생명이 함께 온전하게 살아가는 핵없는 지구촌을 만들어야 합니다.
2010년 3월 1일 개원한 합천평화의집은 그동안 한국인 원폭피해자와 2세 환우들을 위한 심리치유프로그램, 지역병원과 MOU체결, 평화나들이, 원폭피해자지원법 제정과 개정 활동, 피폭 증언 기록을 위한 영상구술 녹취작업, 한국인원폭피해자 문제를 알리기 위한 “합천비핵평화대회” 주관, “방미증언단”구성과 활동, 비핵평화를 위한 국내외 연대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국가와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천형같은 질환을 앓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원폭피해자와 원폭2세 환우들의 아픔을 보듬으며, 피해자들의 인권이 향상되고 보편적 삶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활동을 지속하고자 합니다.
오늘 이렇게 귀한 상을 주신 의미는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손가락인 원폭피해자 문제에 더 천착하여 비핵평화를 위한 여정에 더 진력하라는 격려와 당부임을 명심하고 더욱더 정진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2025(피폭 80년) 9. 23.
한국원폭2세환우쉼터 합천평화의집
수상 헌시
역사의 길, 오래된 미래/ 조선남(제1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역사의 길, 오래된 미래,
기억의 시간을 걷습니다
봄이 오니 꽃이 피었고
여름의 기억은 죽음의 비명으로 들렸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은 시간을 지나
그렇게 80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는다는 것,
아! 그런 일이 있었지 생각하는 것!
그러나 엄마의 고통이 아들에게 이어졌고
아버지의 고통이 딸에게 이어졌으나
고통의 언어는 멈추었고
기억은 메말라 갔습니다
그렇게 8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
식민지 조선땅에서 쫓겨나
강제징용으로, 강제동원으로, 식민지 원주민으로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렸고 끝내 비명한 마디 지르지 못하고 죽어간
내 어머니의 통곡을 안고 돌아와,
80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억하기 싫었고
내 몸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스스로 외면하고 싶었던
아득히 오래된 미래가
2세, 3세, 4세로 이어져도
원자병이 유전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던
그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오래된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광복 80년,
해방 80년,
무엇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요!
강제 동원 80년,
위안부 눈물의 80년 세월
원폭 피해자의 통한의 80년을 밟고
과거의 기억을 묻어 버리고
김형률의 입을 틀어 막아 버리고
과거청산을 외쳤던 그 기억의 시간은
불순한 의도의 빨갱이 사냥으로 묻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득한 미래를 밟아 버린 것입니다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사진 몇 장, 책 몇 권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가, 거친 손을 잡고,
어머니, 아버지의 눈물 앞에 아픈 숨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의 아팠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그 아팠던 시간을 지나
오늘 피어나는 평화의 꽃은
어머니, 아버지의 한숨 소리와 눈물로 키워낸 꽃입니다
어제를 기억하는 것은
오늘을 지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