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반재] 노승의 즐거운 유희

고려대장경연구소 종림스님 고문서의 향기 초조대장경 봉안한 ‘천년지장’

2019-08-23     운판(雲版)

고려대장경 팔만사천경판을 디지털경전으로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 이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맨손으로 시작한 그 일이 이제는 세계적인 성과로, 중국과 일본도 감히 따라하지 못하는 고려대장경 전산화로 결실맺었다. 이 꿈을 현실화시킨 이가 종림스님이다. 평생을 걸려 이룩한 대장경전산화의 성과를 동국대학교에 넘기고, 당신이 태어난 고향 땅인 함양 안의에 고서 박물관을 만들었다. 노승의 마지막 회향처일까?

정착한 그 자리에 예쁘게 빚어낸 작품이 ‘고반재’다. 다시 그 옆에 종각 허문 목재를 얻어다 날아갈 듯 처마 치켜세운 초조대장경 봉안처를 만드니 ‘천년지장’이다. 굴러다니던 종이 쪼가리 한 장. 돌맹이 한 조각 조차 여기에서는 예사롭지 않다. 안목과 만나니 다 귀한 부처님이 된다.